Jea 2004. 12. 23. 13:30
시월애... 아마도 내가 가장 많이 본 영화가 아닐까 싶다. 대략 30~40번 정도는 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뭐 영화에만 집중하고 본건 2번 정도 이지만... 엄청난 감동이 있거나, 광적으로 이 영화를 좋아해서 많이 본건 아니다. 다만 시끄러운 장면도 없고, 잔잔한 내용의 이 영화를 대학시절 음악대신 들으면서 공부나 작업을 하곤 했었다.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대학 3학년 가을학기였을 것이다. 대학교 3학년이면, 2000년 가을이였지. 당시 미국에서 공부하던시절. 예고편을 보고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해 여름 재밌게 봤던 드라마 '해피 투게더'에 나왔던 전지현이 나와서 더욱 보고 싶었고. 그 당시만 해도 전지현이 뜨기 바로 직전이였지. 그래서 여러 방면으로 이 영화를 볼 방법을 모색하던 중, 인터넷 영화상영관에서 이 영화를 상영한다는 정보를 얻어서, 그 인터넷 영화관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후 이영화를 보게 되었다. 금요일 저녁이였을 것이다. 친구들이 다 성경공부하러 가는 시간. 재형이를 불러서 내방에서 이영화를 같이 봤던걸로 기억한다. 영화를 컴퓨터로 보면서 TV-out이 되는 내 비디오 카드를 이용해서 비디오로 녹화도 하였지. 나중에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였다.

이 영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잔잔했다. 전지현도 뭐 이뻣고, 이정재도 멋있었다. 하지만 주인공이 누구였는지는 이 영화에서 중요한점이 아니다. 스토리 라인도 따지고 들면 말도 안되는 점이 한둘이 아니여서 딴지 걸기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를 좋아하는건 아름다운 영상과 잔잔한 음악속에서 펼쳐지는 주인공의 이야기들이다. 남녀 주인공이 2년이란 시간의 차이 속에서 그들이 살고 있는, 또 살았던 집인 'Il Mare'의 우편함을 통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서로가 겪고 있는 일상에서 시작해서 서로가 겪고 있는 아픔까지...



이 영화를 좋아하게 만든 요소 중 하나는 바다위 갯벌에 새워진 아름다운 집인 일마레(Il Mare)이다. 남자 주인공의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서 직접 설계해서 만든 집. 집의 외관, 내부 구조, 그리고 집의 위치까지... 인생을 살아가면서 정말 한번쯤은 살아보고 싶은 집이다.

이 영화를 좋아하게 만드는 요소 중 또 한가지는 중간 중간 나오는 엑스트라들의 재밌는 성격묘사이다. 짧게 짧게 나오는 엑스트라 들이지만, 그 들의 성격을 알수 있는 사세한 일들을 가볍게 보여준다. 언제나 시계를 고치고 있는 투박한 성격의 가게 아저씨. 편안한 성격의 은주 친한 누나. 친구를 배려할 줄 아는 성현의 친구. 이런 인물들을 단편적 에피소드로 묘사하는 이러한 요소는 나에게 존 스타인벡의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대학 졸업후 이 영화를 거의 보지 않았다. 잠시 이 영화에 대해서 잊고 있다가 요즘 OST를 구해서 들어보고 있다. 중간중간 극중의 대사를 삽입한 OST. OST를 들으면서 생각해 보니 이 영화에서는 음악이 끊긴적이 거의 없는것 같다. 영화의 영상미를 더해 주는 부드럽고 편안한 OST. 생각해 보면 대학때도 이 OST를 들은거나 마찬가지 였다. 영화를 보기보다는 소리만 듣고 있었으니까.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에 시간날때 한번쯤 보기를 권한다. 기대 없이 또 생각없이 편안하게 보면 잔잔한 드라마속의 재미를 찾을 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