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3. 9. 14:37

가네시로 가즈키

비행기를 타면 내가 제일 처음 하는 일은 상영해 주는 영화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영화 보는걸 좋아하니 이런 첵크는 항상 나의 Top Priority이지. 이번 출장에서도 비행기에 짐넣고 나서 바로 책자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Elizabethtown과 Fly, Daddy, Fly란 두 영화 제목이 눈에 띄더군. Elizabethtown은 지난번 출장왔을때 TV광고로 너무 많이 봤던 영화였고, Fly, Daddy, Fly는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과 같은 제목이였다.

영화 줄거리를 보니 내가 읽은책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이더군. 그래서 봤는데... 영화는 영 꽝이였다. 작가의 신바람나는 문체를 제대로 영화화하지 못하고 좀 구질구질한 3류 영화로 만들어버렸다고 할라나...

Fly, Daddy, Fly는 가네시로 가즈키라는 일본작가의 소설이다. 처음 서점에서 GO라는 책을 보고 제일교포가 써서 크게 히트친 소설이라는데 흥미가 오더군. 그리고 나중에 도서관에서 눈에 띄어서 망설임 없이 빌려 읽었지. 소설 다 읽는데 3일이 안걸렸다. 이야기 전개도 시원하고, 문체도 시원하다. 복잡한거 하나 없고 단순하면서도 사나이들의 우정을 잘 그려주고 있다.

Go라는 소설은 고등학생이며 제일교포 2세인 주인공이 겪는 사랑이야기, 그리고 일본에서 교포로 살아가면서 겪는데 제한에 대해서 가볍게 적어나가고 있다. 이야기의 중심은 사랑이지만 그의 일상생활 이야기를 통해서 제일교포가 겪는 차별을 반영해 주고 있는 것이지. 하지만 그런 것을 무겁게 다루지 않아서 재밌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이 작가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두개 더 썼다. 레벌루션 No.3와 플라이, 대디, 플라이. 공부 못하고 불량한 학생들이 모였다는 평을 듣고 있는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그 학생들이 자신들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것을 보여주는 소설이지. 레벌루션 No.3는 옆의 명문 여자 사립 고등학교의 축제에 들어가기 위해서 벌이는 아이들의 모험담 이야기 이고,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딸이 복싱 선수에게 폭력을 당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아저씨를 이 고등학생들이 도와줘서 그 복싱 선수와 대결하게 만드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둘다 아주 재미있지.

그 밖에 '연애소설'이라는 제목의 소설이 하나 더 있다. 3개의 애절한 연애 단편 소설 모음으로 연애 소설들이지만 나름대로 소재는 독특한게 재미있다.

이 작가는 뭔가 교훈이나 감동을 주려고 노력하지 않고, 읽기 편하고 신바람나는 문체로 소설을 쓰고 있다.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뭔가 전달하려는 내용도 있는것 같구. 그 방법이 직접적인 방법이 아니여서 부담이 없다. 머리가 복잡하고 무거울때 기분전환용으로 좋은 소설이랄까.

이 작가의 번역본 소설은 다 읽은 줄 알았는데, 지금 인터넷 서점 검색해 보니 올해 2월에 Speed라는 소설이 출판 되었더군. 한국 들어가면 읽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