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6. 10:02

Chapter 1-2-2 티벳 라싸

고산병의 증상중 하나는 잠을 깊게 자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해 페루 쿠스코에서 겪어본 고산병이지만, 그래도 적응하기 쉽지는 않다. 라싸의 첫날밤에도 그랬다. 추운 밤 기온에 숙소의 그리 두껍지 않은 이불 꼭 껴안고 잠을 청했지만, 잘 자진 못했지. 그래도 피곤은 풀었다. 꿈은 괴상. 단편적인 이상한 꿈의 연속. 스타벅스에 머리카락하며, 서유기까지...

2007년 4월 23일. 8시쯤 일어나 밍기적 거리며 세수를 했다. 방안 보온병에 있는 뜨거운물로 녹차를 타 마시며 잠을 깼지. 방엔 나 혼자. 다들 부지런 하군. 더 잘까 했지만, 나혼자 게을러 지는 것 같고, 허리도 아파 일어났다.

대충 거리를 걷다가 작은 간이식당에서 멀건한 쌀죽과 만두를 2위안에 사먹었다. 고지대라 밥맛도 별로인데, 죽이 입에 잘 맛더군. 그리고 바코르와 조캉사원쪽으로 향했다. 바코르로 들어가는 길에 작은 시장에서 우선 수건부터 한장 샀다. 그리고 바코르 광장을 돌았지. 시계 방향으로.


(뒤의 설산 배경과 어울어진 티벳 양식의 건물들.)
(향을 이렇게 큰 화로에서 피운다.)
(조캉 사원)
(조캉사원 앞에서 오체투지를 하는 티벳인들.)

조캉사원은 참 비극이 많았던 사원이라고 한다. 일본이 침략해서 이 사원을 우리로 만들어 버리지 않나, 중국이 침략해서는 한동안 문을 닫아 버리는 현대사를 겪은 곳이라고 한다.


(조캉사원앞의 광장.)

(조캉사원 입구)

(마니차, 저걸 돌리며 거리를 걷는 티벳인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저 안에 불경이 들어 있다고 한다. 크기도 무척 다양하다.)


바코라를 돌고 조캉사원을 둘러 본 뒤에는 방에서 잠시 쉬다가 포탈라 궁으로 향했다. 천천히 걸어갔지. 숨차서 빨리 걷기도 힘들다. 포탈라 궁 앞에서 어떤 양산쓴 중국인이 지나가기에 사진좀 찍어 달라고 했다. 사진 찍어주고 나서 나보고 마사지 받으라더군. 라싸에도 매춘부들이 있다고 가이드북에 나와 있었는데... 진짜로군. 나보고 다른건 하지 않아도 되니 마사지만 받고 가란다... 돈 없어서 안되겠다는데, 그냥 그럼 동행해 주겠다더군. 그래서 같이 포탈라 궁 같이 돌았다. 그러더니 웃으며 인사하고 자기 갈길을 가더군.

(포탈라 궁의 모습. 주인을 잃은 모습이라 그런지 뭔가 가짜 같기도 하고...)
(붉은 색이 홍궁, 백색이 백궁이라고 한다.)

(포탈라궁을 둘러싸고 있는 마니차들. 지나는 티벳인들은 한번씩 다 돌린다. 나도 돌리면서 걸어갔다.)
(포탈라궁 옆면)
(포탈라 궁 입구)
(포탈라궁 정면에 중국 공산당이 만든 광장. 티벳의 상징물 앞에 이런걸 떡하니 만들다니... 대륙다운 짓이다.)

포탈라궁에서 돌아와서 찬후, 장원이와 만나서 라싸에 있는 한국 음식점 아리랑에 가서 비빔밥 먹는데 맛있었다. 저녁 먹고 있는데, 찬후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옆테이블로 가서 서양인이 한국메뉴 선택하는걸 도와준다. 내가 돌아보니 이게 누군가. 어메이산에서 만났던 스코트랜드인인 더그 아닌가. 내가 Hey Doug~~를 반갑게 외치며 인사했다. 오늘 도착했다고 하더군. 이녀석은 밥먹으면서도 명상을 하면서 먹더군.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대단한 넘이다. 나이가 19살이라고 했나...

(야크 호텔에서 같은 방 쓰는 다이스케, 그리고 옆방 친구, 그리고 다른 싼 숙소에 머무는 스즈키, 그리고 찬후. 맥주한잔 하면서 찍었다.)
(스즈키는 2년반째 여행 중. 일본전통악기를 들고 다니며 연주를 한다고 한다. 호주 남미쪽에서는 밥값정도는 벌었다고 하더군. 연주 잘하더군. 악기를 내가 들어봤는데, 장난 아니게 무거웠다. 이렇게 무거운거 다니며 초빈곤 여행하는 배낭족이였다. 이제 몇달후면 집에 돌아간다는데... 나는 아직 멀었군. ㅋ)

다음날은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좋다가 막판에 무지 않좋아 지더군. 아침에 일어나 옆방에 있는 한국인 여행자와 만두로 아침때우고 차한잔 하기 위해 시장을 돌아다녔다. 티벳에서 고산병에 좋다는 수유차. 야크젖으로 만든 차이다. 시장을 둘이서 돌아다니며 수유차 파는곳 찾아서 한잔 마셨지. 보온병 한통씩 파는데, 도저히 다 못마셨다. 어찌나 느끼하던지...
암튼 이대학생 친구는 전날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다 쓰러질뻔 했다고 한다. 고산병 무서운거 모르고 자전거 빌렸다 낭패. ㅋㅋ
(수유차의 모습, 따뜻한 우유같이 보인다. 우유는 우유지. 야크도 소의 일종이니...)

이친구가 더 괜찮은 호스텔로 옮긴다기에 나도 같이 옮겼다. 이곳이 이불더 더 두껍고, 방안에 화장실도 딸려있어서 좋더군. 숙소 옮긴 후 거리 걸어다니다 요거트 한통 마셨다. 맛있더군. 판매하는 아주머니가 설탕 팍팍 처서 먹으라고 하는데, 설탕없이도 맛있었다.
(요거트. 들고 가면서 먹을라는데 아주머니가 통 반납해야 한다며 먹고 가라고 하더군.)

다시 포탈라 궁에 가서 다음날 포탈라 궁을 방문할 수 있도록 예약을 했다. 포탈라궁은 전날 방문 예약을 해야만 하고, 하루 방문객도 인원이 제한되어있다. 성수기때는 일찍 부터 줄서서 예약을 해야한다고 하더군. 하지만 내가 갔을때는 비수기여서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또 산책하다가 들린 포탈라 궁)

(조금만 뒤로 가서 찍으면 중국 국기가 펄럭인다. 최소한 티벳깃발과 같이 펄럭여 주던가...)

(포탈라 궁 앞에서 오체투지 하는 티벳인들)
(오체투지... 그리고 공산당...)

포탈라궁에서 찬후와 릭샤를 타고 노블링카로 갔다. 달라이라마의 여름궁전. 입장료도 쎄고 해서 들어가진 않았다. 뭐 일일이 들어가 봐야하는 건 아니니까.
(노블링카 입구에서 증명사진 한장~)

그 후 버스를 타고 세라곰파로 이동했다. 곰파는 티벳어로 사원이란 뜻이다. 매일 오후 3시에 교리문답시간이 있는데 딱 맞춰서 갈 수 있었지.

(티벳승려들이 교리문답하는 모습.)

(서 있는 사람들이 질문을 하고 앉아 있는 사람들이 대답을 한다.)





(대답이 틀리나 맞느냐에 따라 박수치는 방식이 틀리다고 한다.)

(세라곰파의 모습)


(세라곰파 뒷산)

(세라곰파뒷산 중턱에 작은 사원이 보인다. 여기가 한국이라면 저 정도 높이가 가볍게 올라가지만... 여긴 라싸다. 지역인이 아닌이상 엄홍길 아저씨가 아닌이상... 도전은 피하는게 낫다. ㅋㅋ)

세라곰파를 둘러보고 돌아오는데 슬슬 머리가 아파온다. 고산병 적응안되서 방에서 쉬고 있는 장원이나 볼려고 장원 찬후가 머무는 호텔가지 걸어갔다. 좀 멀더군. 걸어가면서 두통은 더 악화되고... 속도 좀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둘이 머무는 방은 2층인데, 한층 오르는데도 너무 힘들더군. 결국 방에 도착해 내가 뻗어 버렸다. 무지 힘들더군. 물 많이 마시며 침대에 누워서 쉬니까 조금 나아지더군. 문병갔다가 오히려 내가 쓰러지다니... 고산지대는 정말 적응하기 힘들다.

여기저기 소식을 듣고 다니다 보니 다음주는 중국 노동절로 긴 연휴라고 한다. 이 한주동안은 라싸에서 빠져나가기 힘들다고 하더군. 나 역시 얼른 네팔로 넘어가서 우기전에 트레킹을 하고 싶기에 27일쯤 렌드크루져로 넘어가는 일행에 합류해서 같이 나가기로 결정했다. 티벳에서 너무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그래도 다음 스케쥴이 있으니 어쩔수 없이 결정했지. 여유를 가지기 위한 여행인데 왠지 계속 제촉하며 빠듯하게 여행하는 느낌이 들었다.